불새 / 데즈카 오사무 / 1~16(+소녀편)(완)
고등학생 때 한창 만화에 빠져 살던 시절 '일본 만화의 아버지'라는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 어떤지 궁금해 몇 권을 사서 읽어본 적이 있다. '아폴로의 노래'는 정말 좋았지만, '리본의 기사'같은 경우는 별로였다. 더 찾아보고 싶었지만, 워낙 옛날 만화들이어서 구하기가 쉽지 않아 포기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들을 정발하는 곳이 늘어났고, '아돌프에게 고한다'같은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는 도서관에서 영어판으로 '도로로'와 '아야코'를 읽은 적도 있었다. 특히 '불새'는 데즈카 오사무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늘 읽고 싶었는데, 얼마 전 온라인 대여 형태로 읽게 됐다.
가장 걱정했던 점은 옛날 만화라 지금 감각으로 읽으면 구식일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1권을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단, 마지막 17권격인 '소녀편'은 그런 걱정과 딱 맞는 구식이라 재미가 없었다.)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와 SF 장르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이 만화가 1954년부터 80년대까지 연재된, 오래된 만화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어 정말 놀랐다.
특히나 충격적일만큼 파격적인 연출들에 놀랐다. 오히려 현대 만화가들은 일정부분 '관습대로 짜여진' 연출만 사용하는 면이 있는 반면, 데즈카 오사무의 연출은 너무도 자유롭고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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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는 역시 구글
이미 유명해진 '우주편'의 이 연출(네 인물을 각각 묘사)을 대표적으로 너무나도 흥미로운 연출들이 많았다. 거기에 더해 특유의 음침함과 작품 깊이 물든 '윤회' 사상 등은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말 빛나는 명작이었다.
'불새'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작가가 원하는 만큼' 만들지 못하고 완결되었다는 점 뿐이다.(작가의 사망으로) 데즈카 오사무의 목표는 과거와 미래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며 마지막 편에서는 교차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함께 읽으면 좋은 만화 : 아폴로의 노래, 칠석의 나라, 아스테리오스 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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