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도 꽃처럼 / 나리타 미나코 / 1~15
이 만화가 다른 순정 만화들에 비해 다소 독특한(?) 위치에 있는 이유는 일본의 전통극인 '노'를 (꽤나 깊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이 만화를 보기 전에 '노'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고, 읽는 도중에도 이게 '가부키'랑 뭐가 다른건가 싶었다.(읽고 난 지금도 잘 모르겠음.)
어쨌건 일본만화 특유의 집착에 가까운 자료 고증을 통해 '노'와 '장인'의 세계를 잘 그려낸 좋은 작품이고, 그걸 떠나서 재밌는 순정만화였다.
하지만 분명히 재미있는 만화인데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 만화에 대한 후기나 자료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나리타 미나코 작가의 작품이 3개나 정발 되었고, 단행본을 합치면 40권 가까이가 되는데 이렇게까지 정보가 적은 작가는 또 오랜만이다.(출판 만화 전성기에 마구 번역 출간된 듯.)
읽다 보면 왜 그렇게 인지도가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선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선 '노'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이다. (나도 읽으면서 '노'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판소리' 같은 느낌으로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다.) 낯선 것이 중요한 테마인 데다가, 그 주요 소재가 너무나도 일본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마음에서는 막연한 거부를 느끼는 것이다.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너무나도 일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우선 혐오하고 보기 때문에.
하지만 따져보면 정말 위험한 '일본색'은 교묘하게 감춰 놓은 것이다. 일본 만화나 애니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미묘한 일본색에 동화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에에~ 하는 탄성 따위) 그런 점을 보면 대놓고 일본의 '노'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정직해보이기까지 한다.
더불어 이 작품은 조금 심심하다. 주인공 '켄토'가 제대로 된 연애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7~8권쯤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연애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제대로 알아가는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 작품은 지금과는 맞지 않게 너무 정직하고, 순수하다.
하지만 분명 이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러한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일 거다. 나도 초반에는 다소 지루하게 읽고 있었는데, 4~5권쯤 나오는 한국에 들르는 에피소드에서 이 작품에 제대로 빠지고 말았다.
한국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 작가의 정직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우선 다소 불편할 정도로 잘 묘사한 한국의 풍경과 미묘한 한일 관계를 나름대로 잘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역사를 무시하고 일본의 편을 마냥 드는 것도 아니며, 현실과는 반대로 등장 인물들이 대통합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애매하고 건들기 힘들어보이는 관계를 잘 묘사했고, 억지 결론도 내지 않는다.
너무 재미있게 읽다보니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은데,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쨌거나 적어도 이 작품만은 아직은 구하기 쉬운 듯 보이니(연재 중이므로) 안 읽어본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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