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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만화 감상] 중쇄를 찍자_마츠다 나오코

중쇄를 찍자 / 마츠다 나오코 / 1~6

 

 

전 회사에 다닐 때 이 만화가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전 회사가 출판사다 보니 자연스레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만화(전 회사가 만화 출판사는 아니지만)가 직원들 사이에 이슈가 된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어떤 책을 만들 때, 처음 인쇄하는을 '초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초판'이 다 팔렸을 때 다시 인쇄하는 책을 '재판' 이라고 부른다.(흔히 '재판을 찍는다'고 표현) 이 만화의 제목에 들어간 '중쇄'는 '재판'의 일본식 표현인 것 같다.

 

 

※ 이미치 출처는 구글입니다.

 

 

이 만화의 제목대로 중쇄를 찍는다는 것은 실로 대단 일이다. 출판 업계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게, 요즘은 초판을 다 파는 책이 무척 드물다는 것이었다. 책 말고도 할 게 많아진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어떤 책이 중쇄를 찍는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화를 읽으며 (출판사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야근이 많다던가) 하지만 이 만화를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쨌건 이 만화는 본질적으로는 '로망'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바쿠만' 같은 쓰레기 만화 보다야 훨씬 현실적으로 만화 출판 업계를 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매체를 통해 현실적인 출판의 세계를 보고 싶다면, 차라리 영화 '행복한 사전'을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만화는 재밌다. 세상엔 분명히 책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출판사에 들어와, 몇 년씩 몸을 버려가며 일을 하면서 오늘도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야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나도 그런 사람을 몇 명쯤 알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덕분에 이 만화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로망'은 다른 사람의 '로망'을 자극하는 법이니.

 

어쨌건 책이라는 게 한물 간 매체인 것은 분명하다. 이것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아직 책과 글이 가진 힘을 믿고 싶다. 책이 조금은 더 오래 살아남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나도 책을 잘 안 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