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감상] 두경_김인엽

두경 / 김인엽 / 단권(완)

 

 

잡지를 중심으로 한 출판 만화 시장이 깨끗하게 망했을 때까지만 해도, 한 명의 만화 팬으로서 한국 만화 시장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웹툰을 중심으로 한국 만화 시장이 다시 재편되고, 좋은 만화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조금은 안심을 하게 되었다.(여전히 만화 작가에게 정도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여전하지만)

 

하지만 인디 만화 잡지를 기반으로 하는 인디 만화 시장은, 출판과 잡지 시스템이 망하면서 졸지에 갈 곳을 잃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만화 작가들이 만화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행히도 독립 출판과 크라우드 펀딩을 중심으로 요즘은 다시 조금씩 인디 만화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김인엽 작가의 '두경' 또한 독립 서점이자 독립 출판사인 '유어마인드'에서 나온 만화다. 이러한 인디 만화의 좋은 점은 작가 자신의 의도를 100퍼센트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작가 자신의 개성이 잔뜩 들어간 독특한 작품이 될수도, 완성도가 부족하고 독백에 불과한 졸작이 될수도 있다.(아무래도 출판사나 편집자가 중간에 끼게 되면 작품의 완성도나 질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개성을 다소 잃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면에서 꽤나 성공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성 넘치는 그림체와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작품 주제,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종종 나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작가의 첫 장편이니만큼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생각이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이 작가가 펼쳐갈 작품 세계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