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 / 해롤드 사쿠이시 / 1~34권(완)
일본 만화 시장이 다루는 장르와 소재는 정말 다양하고 넓지만, 의외로 밴드(록밴드) 음악을 다루는 만화는 거의 없다. 절대적인 수치는 적지만, 그렇다고 좋은 만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해롤드 사쿠이시의 '벡'이 있다. '벡'은 밴드음악을 정말로 잘 묘사한 만화다.
'벡'은 좋아하는 것이라곤 딱히 없던 주인공 유키오가 우연히 기타리스트 류스케를 만나면서 밴드와 음악에 빠지는 것을 정말로 가슴뛰게 잘 풀어냈다. 특히 초반부 처음 기타를 잡게 되고, 연주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밴드를 결성하는 부분이 정말 재밌다.
하지만 이 만화도 갈수록 반복되는 플롯(밴드 내의 불화 발생 / 밴드를 싫어하는 힘 센 세력이 등장 / 위기 상황 발생 / 모두의 힘을 모아 극복)이 조금 지겹게 느껴진다. 고난이 있는 것도 좋지만 너무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니 나중되면 결국은 그런 갈등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가장 최악의 전개는 아발론 페스티벌에서 벡이 공연을 하자 관중들이 열광하는 장면인데, 여기서 등장 인물들은 '록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벡의 음악을 인정하고 있어...!'라며 놀라는데 이 부분이 가장 록스럽지 못했다.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전개 중 하나가 '서구권에서의 인정과 성공'인 것 같다. 축구나 농구를 해도 꼭 외국에 나가서 서구권 선수들을 다 이겨서 인정받아야 하고, 음악을 해도 그렇게 되야 하나보다.
음악이나 록은 다양성이 가장 최고의 가치이자 성공인데, 이 작품은 제일 마지막에 최고의 가치와 성공을 '서양에서의 인정'으로 설정해둔다. 그냥 악기를 치는 게 좋고, 친한 친구들과 밴드를 하는 게 즐거워서 음악을 시작한 유키오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이런 전개는 정말 최악으로 느껴졌다. 전형적인 서구우월주의가 아닐까.
그래도 이 만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가슴을 뛰게 하는 것-만큼은 진정성이 있었다. 어쨌건 굳이 가르자면 좋은 만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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