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감상] 아이 앰 어 히어로_하나자와 켄고
아이 앰 어 히어로 / 하나자와 켄고 / 1~21권
한 번 읽다가 도중에 접는 만화는 늘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아이 앰 어 히어로'도 분명히 과거에 한 번 읽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게 되었다. 다시 읽어보니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우선 '아이 앰 어 히어로'의 1권은 정말 멋진 구성과 연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찌질한' 주인공 히데오의 일상과 그 사이에 스며드는 알 수 없는 초자연적 불안을 너무도 잘 표현해내고 있다. 1권의 마지막에 히데오의 여자친구가 좀비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연출이었다. 사실은 여기서 만화가 끝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만화는 그 뒤로도 '너무도' 오래 이어진다. 어느 정도 부분까지는 나름대로 긴장의 끈을 잘 잡고 흥미롭게 이어지는데, 그 정도가 넘어가는 순간(대략 쿠르스라는 게 등장하는 때 부터) 작가 자신이 만화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작가 자신도 스토리를 모르고 적당히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만화가 초장편화 될수록 아주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일본 잡지 출판 만화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나름대로 리얼한 좀비물로 등장 인물들이 마구 죽어나가고 그 사이에 총을 가진 주인공이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더 건데, 최근 연재분에서는 좀비가 거대화되었고 이젠 이거 뭐 어쩌란 건지 모르겠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흥미로운 상상력과 소재가 금세 고갈되어버린, 전형적인 용두사미 작품이다.